어린이문학

몽실언니/권정생 글,이철수 그림/창비/1984

smsnow 2024. 1. 16. 23:29

몽실이는 한국전쟁의 전후 그 시대의 고난과 아픔을 그 어떤 여과 장치 없이 온몸으로 겪으며 버텨내는 인물이다. 다리를 다쳐 뼈가 부러진 날에도 병원 한번 못가보고 새아버지 눈치를 보며 어머니와 부엌 바닥에서 버텼고, 결국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져 절름발이가 되었다. 군에 징병되어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며 새어머니와 가난 속에서 버텼지만 새어머니는 핏덩이 아기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쌀을 씹어 죽을 끓여 갓난아기를 키워 내는 몽실이. 큰 병을 얻어온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부산 병원에 가서 몇날 며칠을 추위와 싸우며 줄을 섰지만 아버지는 결국 객사를 하고 만다. 다른 곳에 시집가서 영순이, 영득이를 낳고 살던 친어머니도 숨을 거두고, 몽실이는 동생들이 애처로울 뿐이다. 몽실이는 난남이를 다른 집에 양녀로 보내며 그토록 악착스레 버티어 온 세월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서러웠지만 몽실이는 다시 다짐한다. 

' 그래, 난 앞으로도 이 절름발이 다리로 버틸 거야. 영득이와 영순이랑 그리고 난남이를 보살펴야 해.' 

몽실이를 보며 가슴이 더욱 아픈 이유는 이 이야기가 절대 픽션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장애를 얻었으며 가족을 잃었다. 수 많은 전쟁고아를 낳았고 이산가족이 발생한 우리 역사의 아픔이 몽실이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몽실이는 흔들림이 없었으며 단호했고 용감했다. 멋지게 이 시대를 살아낸 그들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