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

한밤중 달빛 식당/ 이분희 글, 윤태규 그림/ 비룡소/ 2018

smsnow 2020. 9. 11. 14:13

이 책을 읽고 나니 문학동네에서 출판됐던 '시간가게'가 떠오른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내놓고 원하는 것을 갖게 된다는 기본 장치는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시간가게 속 주인공은 공부와 성적에 쫓겨 시간을 사기 위해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내놓았고, 한밤중 달빛 식당 속 주인공은 춥고 외로운 현실에서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위해 자신의 '나쁜 기억' 하나를 내놓았다. 연우는 행복한 기억도 아니고 나쁜 기억을 내놓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춥고 외롭게 홀로 지내던 연우 앞에 나타난 한밤중 달빛 식당은 참 따뜻하고 아늑한 신기한 장소였다. 하지만 연우는 곧 나쁜기억을 되찾아 오게 된다. 나쁜 기억이 내 안에서 사라졌더라도 이미 일어난 상황 자체를 변화 시킬 수는 없다는 것과 나쁜 기억 속에 절대 버릴 수는 없는 또 다른 것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연우가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라고 불리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그런 기억들을 지울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쁜기억 조차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나의 소중한 일부인 듯 하다. 내 과거 속에서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행복한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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