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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한강/창작과 비평/2014

smsnow 2023. 7. 26. 08:10

이 책에 등장하는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내가 태어나기 고작 1년 전에 우리나라 사건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 '5.18 민주와 운동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는 짧은 설명으로는 말할 수 없는 역사 속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이 이 책에서는 그대로 묻어나 있다. 나의 역사에 대한 무심함이 미안할 따름이다. 한강작가도 역사의 아픔을 마주하고 너무도 힘들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보며 작가란 정말 용기 있고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1장에 모든 등장인물들을 배치하고자 했다고 한다. 1장에서는 1980년으로 돌아가 나라에 의해 아무 죄 없는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중학교 3학년의 어린 동호, 은숙누나, 선주누나, 진수형.. 이들은 도청에서 총을 맞거나 곤봉에 맞아 죽은 시신들을 수습하고 유가족들이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곧 군부세력이 총을 차고 들어와 그들의 생명을 위협할 것임을 알지만 그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얼른 피해서 목숨만은 살리자고 그들에게 말하고 싶지만그들의 희생으로 내가 지금 민주주의 나라에서 편히 살고 있는거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1장의 화자는 동호를 '너'라고 표현하며 이야기를 서술하는데, 화자는 2장에서 자신이 죽은 정대의 혼 임을 밝힌다. 자신의 육신이 수많은 시신과 함께 겹겹이 쌓이고 썪어가는 과정을 정대의 혼은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불태워 지고 뼈 밖에 남지 않았을때 정대의 혼은 떠나갈 수 있었다. 도대체 어리고 착했던 정대와 정대의 누나, 동호는 왜 죽어야 했는가? 자신이 나라의 권력을 잡기위해 자국 국민에게 잔인한 폭력과 총, 탱크차를 보낸 그 끔찍한 지도자는 정당한 처벌을 받았는가? 정말 안타깝고 슬픈 역사적 사실이다. 3장에서 5장은 은숙, 진수, 선주의 이야기이다. 정의와 옳음을 실천하고자 했던 그 어린 친구들이 그 당시 당했던 폭력과 고문은 끔찍했으며 그들은 그 고통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동호에게 필요한 물건을 잘도 구해다 주고 쏘지도 않을 총을 매고 다녔던 용감한 시민군 진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광주민주화운동 생존자 중 자살률이 11퍼센트라고 하니 그들의 충격의 잔해는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된다. 마지막 6장은 동호를 잃은 동호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6장은 정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집에가자 약속한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항복을 하겠다고 줄지어 걸어온 네명의 소년에게 잔인한 군인은 총을 갈겼고 그 네명의 소년은 일렬로 쓰러져 죽었다. 잔인하고 반인륜적으로 행동한 이 군인들을 그렇게 만든것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지금 그들은 모두 어디 있는가? 역사를 정확히 알고 기억해야 한다. 죽어가면서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우리는 읽어야하며 마음속깊이 감사와 치유의 메세지를 전해야 할 것이다.